저녁으로 먹었던 메뉴와 음료의 가격을 다 합쳐도 5천원이 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행복해하며 동네에서 가장 크다는 마트를 찾아가 보기로 합니다. 마트를 찾아가는 길에 동네 식당가를 기웃거리는 멍뭉이를 발견합니다. 멍뭉이 덕후인 저로서는 청두에 있는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귀여운 멍뭉이들이 어딜가나 너무 많았거든요. 하나같이 개성있게 생긴 생김새에 청두사람들 닮아서인지 엄청 여유로운 행동들이 계속 미소짓게 만듭니다. 아마 이 가게에서 키우는 녀석인지 무언가 얻어먹기 위해서 자주 오는 녀석인지 저 앞에서 계속 구경하고 있었는데 너무 귀여워 보여서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까르푸라는 대형마트에 도착했습니다.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매장인건지, 외곽이라서 아직 다 입점되지 않은 건지 윗층으로 올라갈수록 비어있는 매장들이 있습니다. 지하에는 엄청 큰 식료품 매장과 푸드코트가 좀 있고 1층에는 옷가게와 각종 편의시설 등이 있습니다. 윗층으로 올라갈수록 한산해지고 가족단위로 먹기 좋은 레스토랑들이 있습니다. 음식이 아닌 공산품의 가격은 어느정도인지 열심히 눈팅을 해보면서 생각보다 싸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케익은 크기에 비해 저렴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한국 체인 베이커리에서 파는 케익들과 달리 각양각색의 케익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종류가 정말 다양했어요. 한국에서 저정도를 사려면 10만원이 훌쩍 넘을 것 만 같았는데 그리 비싸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디자인이 중국 특유의 분위기가 나옵니다.
동네 쇼핑몰인데도 엄청나게 큽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스케이트장이 있습니다. 쇼핑몰 내부에 강아지도 데리고 들어옵니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엄청 흥미롭습니다. 한창 쇼핑몰 구경을 하고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산책로로 산책을 갑니다. 집의 베란다에서 볼때마다 산책로가 너무 이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여름이면 동네사람들 다 나와서 산책한다는 친구의 말이 기억나 이동을 해봅니다.
생각보다 가로등이 많지는 않았어서 산책로가 밝지는 않습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산책도 하고 앉아서 수다를 떠는 모습도 보입니다. 쇼핑몰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한창 걷고 있다보니 어디선가 개구리 울음 소리 같은것이 엄청 많이 들리는데 뭔가 느낌에 작은 개구리가 아닙니다. 두꺼비처럼 몸집이 큰 것에서 나오는 소리... 실체가 눈에 보이진 않지만 대략 수백 혹은 수천마리가 울고있는 소리랄까요. 갑자기 튀어나오면 소리를 지를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바닥을 열심히 둘러봅니다.
산책을 시작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친구한테 연락이 옵니다. 저녁에 바베큐를 먹으러 가야한다며 집앞으로 오라는...
무슨 소리야? 나 방금 밥먹었는데. 버블티도 먹고 지금 배터짐. 나 못먹음.
빨리와. 맥주마셔야해
방금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나는 많이 먹을 수 없다라는 약속을 하고 친구를 만나러 다시 집앞으로 이동을 합니다.
쓰촨에서 만들었다는 맥주를 시켜봅니다. 우리나라의 맥주도 상당히 순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중국의 맥주는 더 순한 느낌입니다. 아니, 어쩌면 청두의 맥주가 더 순한맛 인건지는 모르겠네요. 칭다오 맥주는 순하다는 생각이 덜 드는데 말입니다. 이후에 다른 브랜드의 맥주를 마셨을때도 굉장히 순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맥주컵도 독특합니다. 마치 소주잔처럼 작습니다. 기호에 따라 얼음을 넣어마십니다.
친구의 가족들이 다함께 나왔습니다. 다같이 건배를 해봅니다. 중국, 한국, 일본 건배의 발음은 다 비슷합니다. 분명히 많이 못먹을거라고 너무 배부르다고 했는데 뭐가 많이 나옵니다. 잔뜩 나옵니다.
pig brain 이라고 들었을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중국 온 첫날인가 음식 얘기를 하다가 돼지 뇌를 먹는다고 해서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여기서는 많이들 먹는 음식이라고 했었거든요. 이름만 들었을때는 뭔가 무서운 느낌이었지만 한번도 안먹어 본 음식이니 기회가되면 먹어보겠다고 했더니 나도 모르게 주문되어진 음식. 이렇게 그냥 보면 돼지 뇌인지 잘 모르겠는 모양새입니다. 친구가 먹어본 후 이 가게의 돼지 뇌는 그냥 그렇다 라고 했는데 잘하는 다른 곳은 맛있을까요?
일단 새로운 요리는 무조건 먹어보는 편이다보니 시도해 봅니다. (두개나 시킴. 하나는 다 내거라고.) 제 입맛에는 엄청나게 매운 요리였어요. 이 가게의 돼지뇌가 특히 맵게 요리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도 엄청 맵다고 했고 청두에서 먹었던 음식 중 제 입맛에는 가장 매웠어요. 아마도 이 가게가 유독 맵게 조리한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식감은.. 순두부 혹은 고니와 비슷한 식감입니다. 사실 재료가 뭔지 모르고 먹는다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식감과 맛이랄까요? 잘하는 곳에 가서 먹으면 뭔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요즘 마라맛이 열풍이고 마라룽샤가 엄청 비싸다고 했더니 또 나도 모르게 주문되어진 음식.. 도대체 지나가면서 스치듯 한 말도 어떻게 이렇게 다 기억하는건지. 내가 배부르다고 했는데 .. 그렇지만 마라룽샤는 한마리가 엄청 작잖아요. 살도 별로 없고.
그러니까 양손에 비닐장갑끼고 또 열심히 뜯어봅니다. 맛있습니다... 밥이 생각나는 맛입니다. 소스에 밥비비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다 이내 정신을 차립니다. 입밖으로 그런말 꺼내지도 말아야지 그러면 또 나도 모르는새에 주문이 들어갈지 모를 일입니다.
결국 오늘도 하루종일 한 일이라고는 먹고자고먹고먹고먹은 일 뿐입니다. 하루하루가 도전입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얼마나 살이쪄있을지 좀 걱정됩니다. 내일부터는 적당히 먹자. 자제하자고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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