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할 일이 산더미이거나 기간이 촉박하게 남은 일이 있음에도 일을 미루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블로그 작가 팀 어번이 강의한 테드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들어왔던 테드 강연중 손에 꼽을 만큼 위트있고 재미있는 강연이었던 것 같다.
팀은 강연을 하기 몇 년 전에 미루기에 대해 그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는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사람들에게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과 왜 우리가 미루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었다고 한다. 그가 이러한 글을 쓰려고 할때 한가지 가설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것은 할 일을 미루는 사람들의 뇌는 다른 사람의 뇌와 다를 것 이라는 생각이었다.
그가 말한 할 일을 미루는 사람들의 뇌와 미루지 않는 사람의 뇌의 차이점은 아래의 사진과 같다.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사람의 뇌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의 뇌
두가지 뇌구조의 차이점은 둘 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자가 있지만 미루는 사람의 뇌에는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도 있다는 것이다.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가 뜻하는 것은 기간이 정해진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모든게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는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이다. 그러나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는 운전대를 잡게 하고 싶어할 만한 존재가 아니다. 이 원숭이는 완전히 현재의 순간 속에서만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지식이 없고 오직 두가지만 신경쓴다. 바로 '쉽고 재미있는 것'.
이와 달리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는 미래를 꿈꿀수있고, 큰 그림도 볼 수 있고, 장기적인 계획도 세울 수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는 이걸 모두 고려하려고 하는 존재이다. 지금 현재 합리적인 일을 하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 물론 어떤 때에는 쉽고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게 적합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서로 겹쳐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는 힘들고 별로 즐겁지 않아도 일을 하는게 훨씬 합리적일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때에 갈등이 생긴다.
일을 미루는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갈등이 늘 같은 방식으로 끝난다. 여기서 팀은 암흑의 놀이터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합리적 왕국을 벗어난 쉽고 재미있는 왕국을 말한다.
암흑의 놀이터란 여가활동이 일어나는 곳이다. 우리는 때때로 여가활동을 하면 안되는 상황임에도 여가활동을 즐기는 때가 있다. 암흑의 놀이터에서의 재미는 사실 진정으로 재미있지는 않다. 왜냐하면 놀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놀고 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암흑의 놀이터의 공기는 죄책감, 공포, 불안, 자기혐오로 가득하다.
사실 이와 같은 감정은 기한이 얼마남지 않았음에도 일을 미루어 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껴보았던 감정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숭이가 득세하면 사람들은 덜 즐겁지만 중요한 일이 벌어지는 곳에 가기가 힘들다.
다행히도 일을 미루는 사람에게는 수호천사가 있음 그는 이 수호천사를 '패닉 괴물'이라고 명명했다. 패닉 괴물은 대부분의 시간에는 휴면상태이지만 마감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오거나, 공개적으로 망신당하거나, 경력에 재앙이 닥치거나, 무시무시한 후환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갑자기 깨어난다. 중요한 것은 패닉 괴물이 원숭이가 무서워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팀이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쓰자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을 보내왔었다고 한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는데 모두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자기도 똑같은 문제가 있으며 이러한 습관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하며 답답해 하였다고 한다. 블로그에는 조금 가벼운 어조로 썼던 글인데 사람들에게서 받은 피드백은 상당히 어둡고 심각한 내용들이 있어 그는 이에 관해 조금 더 고민을 해보게 되었고 알고보니 '미루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한이 있을때 미루기의 결과는 단기간으로 제한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패닉괴물이 출현하거나 기간이 끝나면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기한이 없을때 생긴다. 만약 예술이나 사업분야같은 자영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마감을 해야하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나서서 일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 이외에 어떤 기한도 없는 중요한 일들도 아주 많이 있다. 그런데 일을 미루는 사람이 이런 어려운 일들을 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제가 패닉 괴물 뿐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이런 모든 일에는 마감기한이 없어서 패닉괴물이 깨어날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루기로 초래되는 결과가 제한되지 않고 그냥 영원히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기한이 없는 장기적인 미루기는 우습고 단기적이며 기한이 있는 미루기보다 훨씬 잘 보이지 않고 논의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조용히 혼자서 괴로워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장기적인 불행과 후회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장기적인 미루기가 마치 자신을 때때로 자신의 삶의 구경꾼같이 느끼게도 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던 많은 사람들의 답답함은 꿈을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예 꿈을 향해 출발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메일 읽고 깨달은 다른 한가지는 미루지 않는 사람들이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한가지 사진을 보여준다. 이는 커다란 백지에 작은 동그라미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는 사진이었는데 팀은 이것을 '인생달력'이라고 말했다. 이 달력에는 90년의 인생을 주 별로 계산하여 한 주마다 하나의 상자를 그려놓은 것이었다. 인생달력을 보면 상자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많은 상자를 열어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앞으로 열어볼 상자는 달력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적을 수 도 있다.
그는 이 달력을 보고 우리가 정작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면 누구나 인생에서 무언가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를 늘 의식해야 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합리적 결정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연을 마치며 그는 "달력에 상자가 많이 남지 않았으니 아마 오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인생달력에는 몇 개의 상자가 남아있을까, 나의 뇌구조 속에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자, 패닉 괴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할 일을 미루고 싶은 생각이 들때마다 이 원숭이와 인생달력을 떠올려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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