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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정보/리뷰

<세바시 강연> 자기 해방의 글쓰기 - 김영하 소설가

2019. 6. 29.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는 이상 딱히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인인라면 업무와 관련된 기획서나 보고서등을 작성하면서 무언가를 쓰고 정리하는 일이 있겠지만 창작을 한다거나 평소 느끼는 생각들을 정리할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동안 일기를 쓰고는 했는데 일기를 쓰는 일 마저도 꾸준히 하기는 힘들고 일기장 한개를 몇년째 쓰고있는 수준입니다. 

시중에 글쓰기와 관련한 여러가지 도서들이 있습니다. 작문을 하는 방법에 대한 도서들도 있지만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나 치유의 능력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책들도 있습니다. 김영하 소설가는 글쓰기는 자기 해방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음은 김영하님이 세바시 강연에서 '자기해방의 글쓰기' 라는 주제로 강의하신 내용의 요약본입니다. 

 

우리는 왜 아직도 글을 쓰고 있을까? 인간은 수천년간 글을 써왔다. 21세기가 지나 다양한 할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음에도 여전히 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힘든일이다. 책상에 앉아서 허리를 펴고 한동안 시간을보내야는 불편한 자세로 해야하는 일이다. 보상이 있으면 좋겠지만 일반인에게는 보상도 별로 없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작가는 수명이 짧다고 한다. 일본도 같은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연구결과만 보면 글쓰기는 건강의 적과 같다.

 
하지만 극한의 한계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글을 썼다. 패션잡지 엘르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는 뇌졸증으로 쓰러진 후 전신마비가 왔다.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수있게 되자 눈꺼풀을 깜박이는 횟수를 이용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고 15개월 후 '잠수종과 나비'라는 책을 출간했다.

사람들은 수용소, 전쟁터 등 생명의 위협을 받는 중에도 글을 썼다. 글을 쓰는것은 인간적 존엄성을 확보해 주는것이다.  
한 인간을 억압하는 신체,정신,권력 등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대학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나는 용서한다' 라는 첫 문장을 주고 글을 쓰라고 시켜본 적이 있다. 학생들이 글을 써나가기 시작하며 굉장히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가 겪었던 끔찍한 순간, 용서할 수 없던 순간으로 뛰어들어 간 것이다. 글을 쓰는 도중 울면서 나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수업을 통해 배운것은 글이 가진 놀라운 힘이다. 단 몇문장으로 과거의 자신과 기억을 대면할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과거라는 어두운 지하실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런 행위는 꼭 필요한것일까? 그러하다. 왜냐하면 글을 써나가는 동안 우리에게 변화가 생기고 축적되기 때문이다. 언어에는 논리가 있어 문법과 순서에 따라 글을 써야 한다. 따라서 제 아무리 복잡하한 심경이라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글을쓰게되고 이러한 논리적인 과정이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우리 마음속에 있던 트라우마나 어두운 감정은 숨어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이것을 언어화해서 쓰는 동안 그 감정위에 올라서게 된다. 논리를 가지고 내려다 보기 때문이다. 이과정에서 좀 더 강해지고 막연한 공포가 힘을 잃게 된다. 이것이 글쓰기가 가진 자기 해방의 힘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허용된 최고의 자유이다.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마지막 권리이다. 글을 씀으로서 세상의 폭력에 맞서 싸울 힘을 기를 수 있고 자신의 내면도 직시하게 된다. 


글이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지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무엇이든간에 첫문장을 적으라. 어쩌면 그게 모든것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게 우리가 글쓰기라는 것을 던져버리지 않은 이유일지 모른다. 

 

정말 복잡하고 답답했던 상황에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을때는 현재 상황을 적어보면서 해결해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했을때는 도저히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던 상황이나, 무엇을 하더라도 마음이 복잡하기만 한 순간에도 글로 적어나가다보면 신기하게 정리가 되고 꼬여 있던 것들이 풀리는 느낌이 들고는 했었어요.

최근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들로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고 있었는데 강의를 들으며 현재 느끼는 감정들과 상황에 대해 글로 적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막연한 감정들이나 상황들이 불안감과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차분히 글을 쓰며 정리를 해 나가다보면 조금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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