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친구와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대만의 여름날씨는 하루에 한두번씩은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이 많다고 해요. 한번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몇시간 정도 꽤 강한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현지인들은 이런 날씨에 꽤 익숙하긴 한 듯 합니다.
한번 비가 오면 정말 이거 괜찮나 싶을 정도로 비가 오기도 하는데 우산을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어요. 차를 운전하고 가다보면 스쿠터를 타고 가던 사람들은 잠시 스쿠터를 세우고 주섬주섬 우비를 꺼내 입고 다시 운전해서 갈길을 갑니다.
저희 일행은 친구부부가 가장 좋아한다는 샤브샤브 전문점에 들러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메뉴를 보니 일반적인 맛 이외에도 한국식 샤브샤브가 있었습니다. 김치가 같이 나온다고 하던데 맛이 궁금하긴 했지만 어쩐지 한끼라도 더 대만식 혹은 중국식 음식을 먹고 싶어서 굳이 한국식 샤브샤브를 시키지는 않았어요 ㅎㅎ
제가 선택한 맛은 마라맛! 이었습니다. 매운 맛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가장 매운맛으로 선택해 봤습니다. 확실히 대만음식은 제 입맛에는 굉장히 순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많아요. 과연 대만의 쓰촨음식은 어느정도일지 기대를 해봅니다.
국물의 색을 보면 굉장히 매운맛일 것 같았지만. 이미 청두에서 쓰촨음식을 겪어보고 와서인지 그다지 맵지는 않았어요. 친구가 맛을 보더니 본인에게는 굉장히 맵다고 하는데 ..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신라면 정도의 맛입니다. 사실 친구부부의 경우는 신라면도 매워서 잘 못먹는 정도이기 때문에.. 이런 샤브샤브를 전혀 맵지 않다며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는 제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메인 고기의 종류는 양, 소, 돼지 고기 중에 고를 수 있습니다. 그 이외에 샤브샤브 해 먹을 수 있는 야채와 튀김, 두부류는 세트메뉴 구성에 따라 정해진대로 서빙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양이 굉장히 많았어요.. 열심히 먹었지만 결국 다 먹지 못했습니다.
샤브샤브나 훠궈를 먹을때마다 소스를 만들때 참 난감해요. 소스를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게 다양한 재료들이 구비되어 있는데 어쩐일인지 제가 만들때면 늘 그냥 그런 소스의 맛이 나옵니다. 친구들이 만들어주면 맛있구요! 기분탓일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어떤 구성과 비율로 소스를 만들어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맛이 나오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늦은 점심으로 엄청난 양을 먹었지만 다른 친구와 저녁약속이 이미 잡혀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날 친구도 뉴질랜드에서 만난 친구인데 하우스메이트로 함께 지내고 여행도 오랜기간 같이 했던 친구였습니다. 저녁에 이미 예약을 했다고 한 장소를 찾아보니 퓨전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레스토랑 이었습니다. 주로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만식 재료나 대만식으로 요리되는 메뉴들이 있는 것 같았어요. 친구가 조용히 저녁을 먹고 싶을때 종종 오는 곳이라고 했는데 역에서 아주 가깝고 찾아가기 쉬운 장소였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와인이나 맥주등을 함께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술을 마시지는 못하는 상황이라 모히또에이드를 하나 시켰습니다. 이런저런 메뉴를 보다보니 신기해 보이는 메뉴가 있었어요. 우롱차맛 오일파스타. 이름을 봤을때 너무 궁금해 지는 맛이라서 한번 시켜봅니다. 사실 더 시켜볼까 하는 메뉴들이 있었는데 이미 너무 배가 부른 상태라서 욕심을 낼 수가 없었어요 ㅠㅠ
새우가 들어간 야채 볶음과 우롱차맛 파스타입니다. 뭔가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우롱차맛 파스타. 맛을 보니 사실 우롱차 맛이라고 알고 있지 않다면 어떤 맛인지 가늠하기 힘들 것 같았어요. 건강한 맛, 담백한 맛이랄까요 ㅎㅎ 친구도 맛을 보며 신기한 맛이라고 .. 전반적으로 저희가 시켰던 메뉴들은 간이 세지않고 향도 강하지 않은 맛이었어요. 조미료나 소스가 많이 들어간 음식들과는 정말 정 반대처럼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들이 잘 느껴졌고 재료들도 굉장히 신선한 편이라서 좋았어요.
저녁을 먹은 후 날씨가 상당히 덥고 습했지만 친구와 함께 타이페이 시내를 걷기로 했습니다. 조용히 못다한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작은 공원도 나오고, 궁금해 보이는 상점은 들어가서 하나하나 구경해보다보니 벌써 집에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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