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근처의 도시 이란의 야시장에서 배가 터지도록 저녁을 먹고 숙수로 돌아가기 전 친구와 함께 낚시를 할만한 포인트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지도를 보고 무작정 바닷가 근처로 가보기로 합니다. 네비게이션으로 지도를 둘러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닷가로 가는 길이 있었습니다. 무조건 목적지로 찍어두고 물길이 모이는 곳으로 보이는 포인트로 찾아갔습니다.
바닷가로 가는 도로가 가로등도 하나 없다보니 제법 무서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 야밤에 갑자기 이게 무슨짓이지 싶어 함께 웃었습니다. 사실 여행을 하는 스케줄을 생각해서 오늘 가보는 포인트가 적당하지 않다면 낚시는 그냥 다음 기회로 미룰 생각이었고 근처에 간김에 둘러보기만 하기로 해서 찾아갔는데 중간에 돌아가야하나 고민이 되는 길이었습니다. ㅋㅋ
마주치는 차가 있다면 그 상태로 후진을 해야하는건지.. 중간에 딱히 유턴을 할만한 길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끝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지도상 길의 끝에 다다르니 바닷가로 나가는 길이 뚤려 있어서 후레쉬를 집어들고 답사를 나섰습니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는데 차가 한대 서있었습니다. 떠돌이 개들도 여럿 보이더군요.
생각보다 낚시를 할만한 장소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 오늘은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하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나갔습니다. 길을 나오다가 괜시리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 이 근처 낚시가 잘 될 법한 장소가 있을텐데 싶었거든요. 네비게이션의 지도를 다시 살펴보니 나가는 길 근처에 강물도 흐르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나가는 길이니 한번 둘러볼까 싶어서 둘러보는데 강가가 제법 괜찮아 보였습니다. 조금만 더 앞으로 가보자 했더니 왠걸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찾았다!
저희가 찾은 장소는 잔잔한 물이 흐르는 곳으로 다리가 있고 산책로가 있는 포인트였습니다. 산책로 밑쪽으로 자리잡고 있는 낚시꾼들이 몇몇 보이고 다리 위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도 몇 보입니다. 기왕 온김에 입질이 있는지나 볼까 싶어 간단한 채비만 챙겨들고 다리 위에서 자리를 잡아봅니다.
바로 근처에서 낚시를 하고 계신 분이 있어 조심스레 낚시대를 던져두고 물어보니 현지인이고 이곳에 자주 온다고 합니다. 오늘 낮에만도 6마리를 잡고 갔다며 아주 좋은 포인트라고 합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만다린이 아닌 대만어를 쓰는 분이라고 합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금새 친해졌는지 이것저것 얻어온 친구..
미끼도 나누어 주시고 야광찌, 낚시 바늘 등등 여행자들의 어설픈 채비를 보고는 이것저것 그냥 주셨다고 합니다 ㅠㅠ 친절하신 분.. 친구는 타이페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좋은 포인트를 찾은 것 같다며 아주 신이 났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다음날 점심식사에도 초대를 했다고 합니다 ㅋㅋ 친구는 워낙 사교성이 좋은 편이라서 어딜가던 이런일이 참 비일비재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강낚시도 자주 해봤는데 친구는 강낚시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뉴질랜드에서 낚시를 했을땐 늘 바닷가의 방파제 같은 곳에서만 했었다보니 이런 곳에서도 낚시가 가능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친구 말로는 대만 사람들은 낚시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 같다고 하는데 들을때마다 신기합니다. 섬나라에서 왜 사람들이 낚시를 잘 하지 않는걸까. 친구의 추측으로는 고기를 잡기도 너무 어렵고 물도 깨끗하지 않기 때문일거라고 하는데.. 참 궁금합니다.
몇시간 동안 기다려봤는데 입질은 많았지만 고기는 한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ㅠㅠ 대신 모기는 잔뜩 물렸습니다.. 시간대가 안맞었던건지 입질도 다 아주 작은 물고기인듯 싶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일단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근교에서 더 둘러볼 관광지가 있었고 중간에 다른 친구가 합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이란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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