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모두 만나고 오늘은 딱히 별다른 일정이 없었습니다. 오자마자 며칠동안 잠도 많이 못자고 너무 돌아다녔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동네 마실이나 다니고 밀린 빨래도 할 생각으로 늦잠을 잤습니다. 자고 일어나보니 친구에게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으라는 문자가 와 있어서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청두에 도착한 후로 늘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청두에 오기 전 한국 날씨는 늘 칙칙했는데 여기와서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슬렁슬렁 걸어서 친구집에 도착하자마자 먹을 것을 쥐어줍니다. 분명히 점심 먹으러 오랬는데 또 뭐 먹을걸 막 내어준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버님이 요리를 하고 계십니다. 오늘의 메인 요리는 마파두부. 그동안 먹었던 친구 아버님 요리는 정말 다 너무 맛있었는데, 마파두부를 정말 잘하신다고 했습니다. 한국사람들에게 그 유명한 '진마파두부'보다 아버님 마파두부가 더 맛있을거라며 아버님 마파두부 칭찬을 하던 친구 ㅎㅎ 진마파두부를 먹어보지 못해서 맛 비교는 어렵겠지만 한국에서도 워낙 마파두부를 좋아하다보니 엄청 기대가 됩니다.
사진을 보니 또다시 맛이 생각나면서 군침이 도네요 ㅠㅠ 정말 단 하나도 맛 없는 음식이 없었습니다. 쌀밥과 궁합이 너무 좋았던 마파두부에 고추 고기 볶음도 개인적인 취향에는 너무 잘 맞았고, 감자볶음도 한국에서도 좋아하던 메뉴라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먹던 다른 밥들보다 더 맛있었던거 같아요... 우유 한병 먹어서 배부르다고 해놓고 오늘도 이렇게 일어나자마자 폭식을 합니다.
밥을 먹고 친구는 직장에 가고 저는 제가 머물던 집에 돌아와 빨래를 돌렸는데 그동안 정말 피곤하긴 했었는지 잠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이미 몇시간이 지나버린 상태;; 부랴부랴 빨래를 돌리고 동네 마실을 나가고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오늘은 중국에와서 처음으로 혼자 밥먹기 도전하는 날 입니다. 영어가 통하지 않고, 메뉴판이나 길거리는 온통 중국어만 있기때문에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도전해보기로 합니다. 이 골목엔 뭐가 있고 저 골목엔 뭐가 있고, 일단 접수해 둔 후. 가장 만만해보였던 혼밥하기 좋아보이는 동네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분명 메뉴판에 사진이 있는걸 봤거든요 ㅎㅎ 참고로 저는 중국어, 한자는 전혀 모릅니다. 니하오와 이얼싼 만 아는 정도. 메뉴판에 뭔가 적혀있는데 파파고 이미지 번역을 해봐도 메뉴판에 있는 음식 이름들은 제대로 번역이 되지 않더라구요. 이미지 번역은 그나마 중국어에서 영어로 번역하는게 조금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뭐라뭐라 말을 거시지만 알아들을 수 없으니 일단 웃어보입니다. 메뉴판 앞에서 서서 계속 나는 외국인이다 나는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한다 라는 분위기를 풍기며 신중히 메뉴를 골라봅니다. 사실 중국와서 쌀밥을 많이 못먹었어서 (낮에 먹어놓고) 쌀밥이 먹고 싶어서 밥 메뉴를 골라봅니다.
닭고기를 좋아하다보니 닭다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닭다리 메뉴를 손가락으로 찝어 봅니다. 이제 눈치 채셨는지 그냥 이해하시고 주문 넣어주시는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올거예요.
양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가격을 어딘가 적어두질 않았네요 ㅠㅠ 한국돈으로 3천원이 되지 않는 가격이었던것 같아요. 13위안 혹은 16위안 이었떤 것으로 기억합니다. 면으로 된 메뉴들은 조금 더 저렴했어요. 이것도 1량니냐 2량이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요.
일단 맛은 정말 평범 합니다. 하지만 이때만해도 중국의 물가에 계속 놀라던 때라 엄청 감탄하면서 먹었던거 같아요. 이 가격이면 편의점 도시락보다 싼데? 하루 3끼를 이렇게 먹어도 만원이 안되네! 이런 생각하면서 먹었게 기억이 납니다. 한참을 먹다보니 옆 테이블의 손님들은 모두 면을 먹고있는걸 발견합니다. 그러고보니 간판에 우육면 이라는 글씨가 써있습니다. 아 ... 면 맛집이구나.. 그치만 이것도 맛있었어요.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저는 정말 간단한 숫자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주눅이 듭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가진 돈을 보여드리니까 알아서 계산해 가셨어요 ㅎㅎ 감사하다는 인사는 꼭 중국어로 합니다. 씨에씨에. 또 굉장히 배가 부릅니다. 그렇지만 아까 지나오다가 본 버블티가게를 가기로 합니다.
버블티를 엄청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는 버블티 비싸잖아요.. 제가 사는 곳 근처에는 버블티 가게도 없습니다. 중국에 오기 전부터 저는 1일 1버블티가 목표였습니다. 지난번 이띠엔띠엔 이라는 버블티 가게에 갔을때에는 친구가 다 시켜줬었기 때문에 과연 여기서도 그게 가능할지 걱정이 됩니다. 얼음을 얼마나 당도는 얼마나 이런거 말해야하는데 가능할까... 그냥 나오게 될 것만 같다 생각했지만 일단 도전해봅니다.
일단 헬로! 라면서 외국인임을 알립니다... 버블티로 보이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찍어봅니다. 버블티 종류도 여러가지겠지만 뭐라뭐라 하는 말 중 "쩐주나이차" 라는 단어가 들립니다. 네! 쩐주나이차주세요!!! 뭐라고 한참 말을 더 하시는데 이것이 당도와 얼음이야기인가? 그렇지만 나는 하나도 못알아 듣겠다... 일단 제가 아는 차가운을 뜻하는 단어는 "냉" 뿐입니다. 소심하게 "냉" 말해보지만 못알들으심.... "랭....?" 그래도 못알들으심..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 번역기를 트는 찰나 "빙" 이라는 단어가 들립니다. 네!! 그걸로 주세요!!
혹시나 해서 음료를 제조하시는 와중 차가운걸로 부탁한다는 번역문장을 보여드리는데 이미 이해했다는 제스쳐를 보여주십니다. 혼자 버블티를 시켰다는 생각에 너무 뿌듯해서 계속 실실거리면서 서있습니다.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친절하게도 영어로 말해줄 생각인 듯 합니다. 가게엔 두분의 직원들이 계셨는데 돈을 받기전 한분이 다른분에게 머라머라 물어보십니다. 그분은 뭔가 모르겠다고 말하시는 눈치.
난감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one, two, three .... "하면서 숫자를 셉니다. 아마 숫자 8을 말하고 싶었지만 8 위안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seven에서 멈춰버린 숫자. 메뉴판을 보니 분명 8위안일 것 같아 이 숫자는 eight이라고 말하면 된다고 말해주니 좋아하십니다. 뭔가 더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줄 몰라서.. 중국에 있는 동안 정말 슬펐어요. 친근하게 먼저 말 걸어주고 관심가져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한마디 하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하는 상황 ㅠㅠ
혼자서는 절대 못할 것 같았던 일을 해냈다는 사실에 세상 뿌듯합니다. 이 별거 아닌일이 뭔가 엄청난 대단한 일을 해낸것 마냥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ㅋㅋㅋ 친구한테 사진도 보내고 자랑을 합니다. 혼자 밥사먹고 버블티 사먹음!!! 친구가 혼자 뭐 못 챙겨먹을까봐 저녁에 집에가서 친구 부모님과 저녁먹으라고 했었거든요 ㅎㅎ 일단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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